홍콩의 속살을 걷다: 딩딩이 트램으로 즐긴 로컬 감성 여행

늦은 밤 공항버스에서 시작해 딩딩이 트램을 타고 익청빌딩, 블루하우스를 거쳐 완차이 베이크하우스의 인생 에그타르트까지. 홍콩의 진짜 얼굴을 마주한 뚜벅이 여행 기록이에요.

낯선 도시의 첫 공기, 홍콩의 밤

여행의 시작은 늘 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라고 생각해요. 늦은 밤, 홍콩 첵랍콕 공항의 후끈한 공기가 피부에 와닿자 비로소 실감이 났어요. 텅 빈 버스 터미널에서 저를 기다려준 건 선명한 오렌지색 2층 버스였어요. 이 버스를 타면 이제 정말 홍콩의 밤 속으로 달려 들어가겠구나, 하는 생각에 심장이 두근거렸어요.

2층 맨 앞자리에 앉아 캄캄한 창밖을 바라보며 숙소로 향하는 길. 홍콩과의 첫 만남은 그렇게 조용하고 설레게 시작됐어요.

구름이 낮게 깔린 빅토리아 하버의 아침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익숙한 알람 소리 대신 낯선 도시의 소음이 저를 깨웠어요. 화려한 야경으로 유명한 빅토리아 하버지만, 저는 언제나 그 도시의 민낯 같은 아침 풍경이 더 궁금하더라고요. 일부러 훙함 산책로를 따라 걸었는데, 구름이 산허리에 낮게 걸린 모습이 정말 운치 있었어요.

화려한 조명이 모두 꺼진 뒤의 홍콩은 생각보다 차분하고 서정적인 얼굴을 하고 있었어요. 북적이는 인파 없이 잔잔한 바다를 보며 하는 아침 산책이라니, 이보다 더 완벽한 하루의 시작이 있을까요?

현지인의 발이 되어주는 페리를 타고

산책의 종착지는 훙함 페리 터미널이었어요. 관광객들보다는 출퇴근하는 현지인들이 더 많이 이용하는 곳이라 그런지, 홍콩의 진짜 일상 속으로 들어온 기분이 들었어요.

천장에 달린 기념 깃발과 한쪽에 놓인 비타소이 자판기까지, 모든 게 정겹게 느껴졌어요. 잠시 의자에 앉아 다음 페리를 기다리며, 창밖으로 보이는 빌딩 숲을 멍하니 바라보는 시간도 참 좋았어요.

홍콩을 가장 낭만적으로 여행하는 방법, 딩딩이

홍콩섬으로 넘어와서는 곧장 트램, ‘딩딩이’에 올라탔어요. 성인 기준 HK$3.0(한화 약 500원)의 저렴한 요금으로 홍콩의 도심을 가장 느리고 여유롭게 구경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죠. 나무로 된 낡은 의자에 몸을 기대고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을 눈에 담았어요.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이토록 느리게 움직이는 것이 있다는 게 왠지 모를 위안을 주더라고요. 창밖으로 빨간 택시, 파란 버스, 초록 미니버스가 정신없이 얽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정말 홍콩에 와있다는 게 실감 났어요.

압도적인 빌딩 숲, 익청빌딩과 마주하다

딩딩이를 타고 도착한 곳은 쿼리베이의 익청빌딩, 일명 ‘몬스터 빌딩’이었어요. 영화 ‘트랜스포머’ 촬영지로 유명해지면서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죠. 사진으로만 보던 곳에 직접 서니 그 압도적인 규모에 순간 숨을 멈췄어요.

빽빽하게 들어찬 창문들과 어지럽게 널린 빨래들, 낡은 실외기까지. 누군가에게는 고단한 삶의 터전일 공간이 제게는 거대한 예술작품처럼 다가왔어요. 고개를 들어야 겨우 보이는 작은 하늘 조각이 유독 인상 깊게 남았어요. 다만 이곳은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는 사적인 공간이므로, 방문 시에는 소란을 피우지 않고 조용히 둘러보는 에티켓이 꼭 필요해요.

완차이 골목에서 만난 색채의 향연

익청빌딩의 무채색 풍경에서 벗어나 이번엔 완차이로 향했어요. 오래된 건물들 사이를 걷다가 마주한 블루하우스는 이름 그대로 강렬한 파란색으로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았어요.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빈티지한 분위기가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건물 1층에는 홍콩의 생활사를 엿볼 수 있는 ‘홍콩 하우스 오브 스토리(Hong Kong House of Stories)’라는 작은 전시관도 있으니 함께 둘러보면 좋아요.

화려한 센트럴과는 또 다른, 홍콩의 옛 모습을 간직한 완차이의 골목들. 정처 없이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빵순이의 심장을 뛰게 한 곳, 베이크하우스

한참을 걷다 보니 어디선가 고소한 버터 냄새가 솔솔 풍겨왔어요. 냄새의 근원지를 따라가니 붉은 벽돌에 파란색 어닝이 예쁜 가게가 나타났어요. 바로 홍콩에서 가장 핫한 베이커리, ‘베이크하우스’였죠.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탄성이 절로 나왔어요.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빵들이 선반 가득 진열되어 있는데, 하나같이 다 맛있어 보여서 뭘 골라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어요.

[팩트체크] 베이크하우스 (Bakehouse) 완차이점

  • 주소: 14 Tai Wong St East, Wan Chai, 홍콩
  • 영업시간: 매일 08:00 – 21:00
  • 연락처: +852 2295 0408
  • 특징: 시그니처 메뉴인 ‘사워도우 에그타르트’가 가장 유명해요. 완차이 지점은 특유의 감성적인 외관으로 인기가 많으며, 식사 시간대에는 웨이팅이 길 수 있습니다. 테이크아웃 줄은 비교적 빨리 줄어드는 편이니 참고하세요.

고민 끝에 저의 선택은 역시 시그니처 메뉴인 사워도우 에그타르트였어요. 자리에 앉아 막 나온 따끈한 에그타르트를 한입 베어 무는 순간, 왜 모두가 이곳을 극찬하는지 바로 알 수 있었어요.

바삭하다 못해 파삭하게 부서지는 페이스트리와 부드러운 커스터드의 조화가 정말 환상적이었어요. 많이 걷고 구경했던 하루의 피로가 사르르 녹는 듯한 맛이었답니다. 홍콩의 여러 얼굴을 만날 수 있었던, 참 알차고 즐거운 하루였어요.


Q. 딩딩이 트램 요금은 어떻게 내나요?

A. 옥토퍼스 카드를 사용하면 편리해요. 트램 뒷문으로 탑승하고, 내릴 때 앞문으로 내리면서 단말기에 카드를 찍으면 됩니다. 현금도 가능하지만 거스름돈은 주지 않으니 정확한 금액을 준비해야 합니다.

Q. 베이크하우스 웨이팅은 보통 어느 정도인가요?

A. 지점과 시간대에 따라 다르지만, 완차이 지점은 늘 붐비는 편이에요. 하지만 테이크아웃 줄은 비교적 빨리 빠지니, 에그타르트만 구매할 계획이라면 테이크아웃을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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